기계가 생각하고, 도구가 스스로 작동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도 세상이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결코 현대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스페인의 수도사들이 남긴 13세기 필사본들 속에는 당시 현실로는 실현 불가능한 장치들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그 장치들은 마치 먼 미래의 기술을 미리 엿본 듯한 형태를 띤다. 일부 수도사들은 인간의 지각을 확장하거나, 노동력을 대체하며, 심지어 인간 정신을 기계적 장치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문헌 속에 담았다. 이러한 상상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기계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신앙적 사유가 겹쳐진 결과였다. 기술이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의 기능까지 흡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탐색이, 수도사들의 엄숙한 기록 속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스페인 수도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