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신의 권한을 모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중세인의 상상 속에서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자극했다. 기술이 신의 창조 원리를 재현하거나 거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한편으로는 신비롭고 위대한 도전처럼 여겨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창조질서를 교란하고 인간의 자리를 넘보는 위험한 시도로 간주되었다. 중세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신의 섭리 안에 놓인 질서와 인간의 위치를 조율하는 하나의 방식이었고, 동시에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인간의 교만을 드러내는 계기로도 해석되었다. 특히 수도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적 전통은 기술을 신학적 질서와 조화롭게 배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과정에서 기술 상상은 수용과 억제, 경계 설정이라는 복합적 구조 안에서 발전해 갔다.신학 체계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