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나 자신보다 우월한 질서에 기대려는 경향을 지니며, 그것이 신이든 기술이든 상관없이 믿음의 구조는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이 묘사한 자율기계의 형상은 단순히 작동하는 장치의 개념을 넘어서, 초월적 존재가 만든 세계의 질서를 기계 구조 안에 모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신의 법칙을 기계장치로 구현하고자 했던 이러한 시도는 도구의 한계를 넘어 믿음의 영역으로 접어들었고, 기계는 신의 섭리를 증명하거나 예배를 보조하는 신성한 도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현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종교적 세계관에서 기술을 해석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기술 그 자체에 절대적 신뢰를 부여하며 또 다른 형태의 신앙을 형성하고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고, 알고리즘이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