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사본의 가장 흥미로운 면모 중 하나는, 현시대의 관점으로는 당대의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묘사들이 꽤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비행 장치처럼 보이는 물체, 인간과 닮은 기계적인 존재, 스스로 움직이는 구조물, 혹은 작동 원리를 알 수 없는 복잡한 장치의 그림일 수도 있고, 의외로 세심하게 묘사된 도해일 수도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하는 이들 사본은 단순한 신앙의 산물이거나 장식적 일러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종종 철학적 사유나 기술적 상상력의 증거로 읽힌다. 중세의 필경사들이 기록한 사본의 한 줄, 한 그림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완의 기술로 남았으나, 그 속에는 인간이 장치를 통해 미래를 가늠하려 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본에 기록된 미래 장치는 당대를 넘어선 ..